컬쳐

테니스 코트별 특성 3. 잔디코트

역대 최고의 선수가 누구인지 딱 한 명만 꼽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잔디 코트위의 최고’를 꼽는다면 그건 어렵지 않다. 잔디코트의 주인공은 자타공인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다. 페더러는 4대 그랜드 슬램 대회 중 유일하게 천연잔디코트에서 진행되는 윔블던에서 2003년을 시작으로 연속 5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현재까지 윔블던에서만  8번의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페더러는 왜 잔디코트에서 유독 더 강한 모습을 보일까? 잔디코트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어는 ‘빠른 스피드’와  ‘공격적인 플레이’다. 잔디코트는 다른 코트들과 비교해 공의 바운드가 낮고 빠르다. 따라서 강력한 서브를 넣고 빠르게 공격을 시도하는 공격형 선수들의 경기스타일과 잘 맞는다.

뿐만 아니라 천연잔디 코트는 선수들도 종종 경기 도중 미끄러질 정도로 표면이 매끄럽다. 이에 천연 잔디코트 시즌이 되면 선수들은 코트위에서 최고의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바닥에 돌기가 돋아 있는 잔디코트 전용 신발을 착용한다. 이러한 잔디코트의 특성은 상대방이 미처 준비하기 전에 빠른 템포로 이쪽 저쪽 공격을 시도하는 공격형 선수들에게 매우 유리하다. 이쯤되면 테니스를 모르는 사람도 답을 알 수 있을텐데,  페더러는 빠르고 각도 깊은 강력한 서브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빠른 템포의 공격을 즐겨하는 최고의 공격형 선수다.

그렇다면 한국에도 천연 잔디코트가 있을까? 아쉽게도 없다.  
윔블던에서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그랜드슬램 대회를 위해 무려 1년 동안 스케줄을 세워 잔디를 관리하고 대회를 준비한다. 한국에도 천연잔디로 보이는 코트들을  많이 마주칠 수 있는데 이는 전부 인조잔디다. 인조잔디는 비가 왔을 때 빨리 마른다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코트를 시공하는 가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천연잔디 코트에서 개최되는 윔블던은 프랑스오픈이 끝난 직후인 6월~7월경에 열린다. 프랑스 오픈은 천연잔디와는 정반대의 코트 특성을 가진 클레이 코트에서 진행되는데, 선수들은 한 달 텀을 두고 곧바로 흙에서 잔디에 적응해 다음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이에 본인의 경기 스타일에 따라 클레이 코트시즌을 건너뛰고 바로 잔디시즌만 참여하거나 반대로 클레이 시즌에 참여하고 잔디 시즌을 건너뛰는 경우도 있다. TV에서 잔디코트 대회를 시청하게 된다면 선수들의 경기 스타일과 공을 치는 템포 등을 유심히 지켜보자. 빠른 스피드와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 중 새로운 잔디코트의 황제가 탄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