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테니스 코트별 특성 2. 클레이코트
테니스를 잘 모르는 사람도 흙신 ‘라파엘 나달’이란 이름은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나달은 오늘 소개할 클레이코트의 살아있는 전설로,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그랜드슬램인 프랑스오픈에서 14번의 최다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부문 2위에 해당하는 비에른 보리의 우승 기록이 6번밖에 되지 않는 걸 감안하면 1년에 한 번 있는 큰 대회에서 14번 우승한 나달의 기록이 얼마나 압도적인 숫자인지 알 수 있다. 나달이 프랑스오픈에서 14번이나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클레이 코트의 몇가지 특성이 그의 플레이 스타일에 굉장히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주었기 때문이다.
먼저, 나달은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코트 구석구석을 누비며 끈질기게 상대를 괴롭히는 수비형 선수다. 일반적으로 클레이 코트는 선수들이 쉽게 미끄러질 수 있도록 부드러운 표면을 가지고 있어 경기 도중 손쉽게 슬라이딩하며 공을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선수들의 수비 범위를 보다 넓게 만들어 경기 중 끊임없는 랠리 플레이를 가능하게 만든다.
나달은 공에 많은 양의 회전을 걸어 상대방 코트에 높게 바운드 되도록 보내주는 플레이 스타일을 선호한다. 클레이코트는 타 코트들에 비해 공의 바운드가 비교적 높게 형성되는 특징이 있다.
이밖에도 경기 도중 선수들의 계속된 이동으로 코트 내부가 파이거나 흙이 한 곳에 몰리는 등의 물리적 손상이 발생하면서 이따금씩 불규칙한 바운드가 발생한다. 이런 불규칙한 바운드는 공격형 선수들에게 더욱 불리한데, 그 이유는 뒤로 멀찍이 물러나서 날아오는 공을 충분히 지켜보고 처리하는데 능숙한 수비형 선수들과 달리 공격형 선수들의 경우 공에 바짝 붙어서 땅에서 튀어오르는 공을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는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위) 모나코의 몬테카를로의 클레이 코트 테니스 경기장
이렇듯 ‘끈질긴 플레이’로 대표되는 클레이 코트는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질까. 클레이 코트는 말그대로 점토(clay)로 이루어진 코트다. 흙과 모래 또는 빠른 건조를 위해 분쇄한 구운 벽돌로 만든 앙투카 코트 등이 있는데, 프랑스 오픈 경기장이 바로 앙투카 코트다. 클레이 코트는 천연잔디나 하드코트에 비해 코트장 건설 비용은 높지 않지만, 비와 바람 등의 영향으로 코트 표면의 흙이 유실될 수 있고, 배수 과정에서 표면의 굴곡이 생길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또한 기후가 건조해지는 계절에는 코트 표면 에서 많은 먼지가 발생할 수 있고 동시에 바닥이 심각하게 미끄러워 질 수 있다. 때문에 코트장에 수시로 물을 뿌려주거나 평탄화 작업 등을 진행해야하며 유지보수에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화려한 슬라이딩과 끈질긴 랠리싸움, 붉게 물든 양말로 표현되는 승리를 향한 열망 등 클레이 코트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다른 코트들과 달리 공이 코트 표면에 닿는 즉시 자국이 남기 때문에 심판이 자신의 아웃 or 인 콜을 한 번 더 확인하고자 종종 심판대에서 내려와 코트 바닥을 확인하는 진귀한 장면 또한 오직 클레이코트에서만 볼 수 있다. 특색있는 다양한 코트에서 색다른 경험들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은 테니스가 지닌 큰 매력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