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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로 ‘나’를 표현하는 사람
하루 종일, 우리는 소리에 둘러싸여 있다. 공기처럼 곁에 있어 인지하지 못했던 그 소리들을 사운드 아티스트 한재석은 포착한다.
그리고 그 소리를 담고 증폭시켜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든다. 이를 통해 그는 우리를 주변의 아주 작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한다.
모든 소리를 재료로
Q 사운드 아티스트라는 직업이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에요.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요?
쉽게 설명하면 소리를 재료로 삼아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좀더 깊이 들어가면 사운드 아티스트는 현대 음악에서 파생되어 나온 개념이에요. 현대 음악에서는 재즈 같은 즉흥 음악, 철도 소리나 새 소리 같은 일상의 소리들 등 음표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도 음악이 되었어요. 여기에 미디어 아트가 등장하며 이런 실험 음악의 범위가 넓어졌죠.
Q 작가님은 작품에 어떤 소리들을 사용하나요?
저는 제가 만든 악기(D.I.Y 악기)로 연주를 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어요. 학부생 때 조소를 전공했고, 당시 사운드에 관심이 생겨 음대에서 수업을 들었어요. 그때 ‘악기 만들기’ 수업을 듣고, 전선관을 활용해 파이프 오르간 같은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만들어 봤어요. 이후 현악기, 목관악기의 원리를 활용해 나만의 악기를 만들어 작품에 활용했죠. 그렇게 악기를 만들다 보니 꼭 손에 쥐고 연주를 할 수 있는 것만이 악기가 아니라, 소리를 내는 모든 것이 악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공간이나 설치물을 활용해 소리를 만들어 연주를 하기도 해요.
Q 그렇게 만든 작품 중 대표작이 무엇인가요?
<사운드 되먹임>이란 작품이에요. 상암에 있는 문화비축기지에 마이크와 스피커 16쌍을 설치해 소리를 만들어냈어요. 과거 석유 탱크였던 공간을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거대한 원형으로 이뤄져, 잔향이 오래 남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이 잔향이 마이크에 입력되면 스피커가 출력하고, 스피커가 출력한 소리를 다시 마이크가 입력하고, 그 소리를 스피커가 출력하기를 반복하면서 소리가 증폭되는 거죠. 출력과 입력을 반복하는 ‘피드백’ 기법을 활용한 작품이에요.
Q 앞서 말씀했듯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어요. 어떻게 사운드를 매개로 작업을 하게 되었나요?
대학에서 키네틱 아트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어요. 회화나 조각 같은 전통적인 예술 작품과 달리 움직임이 있는 키네틱 아트는 작품 스스로가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내더라고요. 그 시간성을 주의 깊게 보다 보니, 그 안에 소리가 있었어요. 그래서 대학원을 사운드 쪽으로 진학해 소리에 대해 더 공부했어요.
자연의 순환은 나의 영감
Q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사운드는 공기를 매질로 삼기 때문에 공간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우선 장소를 먼저 선정하고,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구상을 해요. 그런 다음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하죠. 소리 외에도 비주얼, 퍼포먼스, 워크숍 등을 더하기 위해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을 해요. 과거 부천아트벙커 b39에서 선보인 작품을 나중에 타투이스트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최대한 다양한 컬처를 가져와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해요.
Q 작품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 편이에요?
사실 영감은 일상의 모든 순간에 찾아와요. 그럼에도 한 가지를 꼽자면 서핑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보드를 타는 스포츠들을 좋아했는데, 그중에서도 서핑은 참 특별한 것 같아요. 스노우보드나 스케이트보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언덕을 타고 내려오는 거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데요. 반면 서핑은 좋은 파도가 있어야만 탈 수 있어요. 그래서 서핑을 탈 때면 파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생각하게 되고, 자연이 만드는 거대한 순환을 깨닫게 되어요. 저는 그 순환이 피드백 현상과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해요. 인풋과 아웃풋이 끊임없이 이뤄져 상태 변화를 만들어내는 거니까.
Q 요즘은 어떤 작품을 만들고 있나요?
들어감과 나옴이 반복되는 순환을 생각하다 보니, 뱀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형상인 ‘우로보로스’가 떠올랐어요. 무한히 반복하는 고리, 미궁 같은 이미지가 연상이 되면서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까지 생각이 뻗어갔죠. 그때 마침 클로버리프 모양의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를 지나게 되었고, 이 공간이 영원성을 시각화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곳을 몇 시간 씩 돌면서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마감이 만드는 동력
Q 직장인과 달리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데요. 나만의 루틴이 있으신가요?
일과에 얽매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루틴 대신 꼭 해야 할 일을 정하는 편이에요. 그중 하나가 오픈콜을 신청하는 일이죠. 일단 신청을 할 때도 마감이 생기고, 선정이 되어 활동하게 되어도 마감이 생겨요.
마감일에 맞추기 위해 모든 시간을 작업하는 데 쓰게 되어요.
Q 작업할 때는 어떤 옷을 입나요?
작품을 만드는 동안에는 가능한 편안하게 입어요. 작품 외에 다른 데 신경을 쓸 에너지가 없어서요. 대신 공연이나 전시 오프닝 때는 갖춰 입는 편이에요. 단, 화려하진 않게 무채색 위주의 옷으로 깔끔하게 입어요. 주목 받아야 할 대상은 작품이니까요.
Q 평소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으신가요?
락이나 테크노, 재즈 같은 강렬한 음악을 좋아해요. 그런 장르의 뮤지션들이 대체로 락시크, 펑크룩 등을 많이 입는 걸 보고 영향을 받았어요. 오늘 스타일도 그들의 영향 아래 있죠(웃음).
Interviewee Pick’s 한재석의 휠라 스타일링
“검은색 휠라 외투는 캐주얼하면서도 포멀한 자리에도 어울릴 것 같았어요. 평소에는 물론, 공연할 때도 입기 좋겠다 싶었죠. 여기에 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푸른색 바지를 선택했어요.
초록색 스트라이프가 두껍게 들어가 있어 다리가 더 길어보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