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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멈추지 않아
클래식힙의 중심 ‘크레디아’ 정다희 팀장이 말하는 클래식의 매력
클래식은 힙하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가 한 단어를 이루어 트렌드가 되었다. 조성진, 임윤찬 등 젊은 연주자들이 등장하고 클래식을 즐기는 젊은 세대가 많아지며, 최근에는 클래식 공연이 아이돌 콘서트만큼 예매가 치열하다고 한다. 이러한 트렌드의 중심에는 클래식 공연 기획사 ‘크레디아’가 있다. 31년 동안 국내 클래식 문화를 일구어 온 곳으로, 항상 우리에게 새롭고 또 새로운 클래식의 세계를 보여 준다. 그런 크레디아의 공연을 기획, 운영하는 역할을 하는 공연기획팀 내 투어팀 팀장 정다희를 만나, 클래식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았다.
#1. 클래식을 알리다
Q 크레디아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나요?
크레디아는 크게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공연 기획’, ‘클럽 발코니(회원 관리 및 기업 마케팅)’ 팀으로 이뤄져 있어요. 저는 공연기획 팀에 속한 투어팀의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투어팀은 쉽게 말하면 공연 유통을 맡아요. 공연기획팀에서 기획하고 준비한 공연을 전국 공연장과 연결하는 역할이죠. 각 공연장의 실무자분들은 물론 관장님, 재단장님과 소통하는 게 중요한 일이라, 출장이 정말 많은 편이에요.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그분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제가
모르는 것들도 더 알게 되어 뜻깊은 순간도 잦아요.
Q. 투어팀에서 근무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2016년부터 투어팀에 속하게 되었고요, 크레디아에 입사는 2013년에 했어요. 저는 원래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패션 매거진의 에디터로 1년 정도 근무했어요. 그러다가 크레디아에서 콘텐츠 만드는 일을 맡았어요. 크레디아는 콘텐츠에 참 진심인 회사에요. 1994년 창립 때부터 <클럽 발코니>란 매거진을 만들기도 했고, 회사 이름 자체가 ‘크리에이티브 미디어(Creative Media)’, ‘크레더블 미디어(Credible Media)’의 줄임말이기도 하죠. 30년도 전부터 콘텐츠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게 놀랍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Q. 크레디아는 지금도 인스타그램, 유튜브, 뉴스레터 등을 활발히 하고 있어요.
다양한 시도를 하는 데 겁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2022년에는 서울대 연구진분들과 함께 챗봇인 ‘대니 구의 365일 클래식’을 만들었어요. 대니 구의 한국 발음을 모두 녹음해, AI가 오늘의 클래식을 추천해주는 챗봇이죠. 또, 크레디아에 소속된 존노·대니 구·홍진호와 함께 한국 최초 가곡 '동무생각 NFT'를 발매했고요. 코로나 때는 SKT와 협업해 공연 실황을 360도 카메라로 촬영해 OTT로 볼 수 있도록 했죠. 마치, 집에서도 공연장을 찾은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요. 유튜브 채널도 crediatv는 15.4만, 크레디아클래식클럽은 5.4만으로 계속해서 구독자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매달 두 번째, 네 번째 화요일 발행되는 뉴스레터인 <공연장 옆 잡화점>도 평균 오픈율 30% 이상을 자랑하며 클래식, 문화, 예술을 사랑하고 구매력을 보유한 문화 향유층의 문을 꾸준히 두드리고 있어요.
#2. 공부하고 발굴하고
Q. 앙상블 디토는 물론, 크레디아의 공연은 항상 주목받아요. 비결이 뭘까요?
아티스트와 함께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아티스트도 많이 소속되어 있지만, 크레디아는 끊임없이 새로운 루키를 찾고 있어요. 공연기획팀이 하는 일이기도 한데요. 유명한 콩쿠르나 FACP, PAMS, KOCACA와 같은 관련 포럼과 페스티벌 등을 자주 참석해 동향을 파악하고, 새로운 인물을 찾으려 하죠. 그렇게 함께 한 아티스트 중 하나가 ‘리처드 용재 오닐’이에요. 크레디아에서 '라이징 스타 프로젝트'의 첫 연주자로 2005년 리처드 용재 오닐을 선정한 이후 ‘앙상블 디토’의 디렉터를 맡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크레디아와 함께하고 있죠.
Q. 최근 ‘클래식힙’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그에 어울리는 공연을 기획하기도 하나요?
눈에 띄게 젊은 관객들이 많이 유입되긴 했어요. 최근 크레디아는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이벤트나 공연을 사옥에서 열고 있어요. 고전 예술 전반에 대한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서촌 풍류’나 서른 명 남짓의 관객을 초대하는 하우스 콘서트인 ‘Live From 크클클’ 등을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한 팝업도 자주 진행해요.
Q. 서촌 사옥에서 열리는 공연은 유튜브에서 볼 수도 있죠. 이렇게 유명한 분들의 공연을 무료로 공개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일 것 같아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상이 대 혼란에 빠졌을 때 크레디아클래식클럽이 시작되었는데요. 대부분의 공연장이 멈추고 해외 연주자들의 내한이 전면 중단되었을 때에도 세계 각국에서 크레디아의 유튜브 라이브 중계를 통해 한국의 음악 팬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클래식의 감동과 즐거움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는데 집중했어요. 그리고 작년(2024년), 크레디아의 창립 30주년을 맞아 크레디아 서촌 사옥에서 또 한 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릴 수 있어 기쁜 마음이에요.
3. 알면 알 수록 사랑하게 되는 마음
Q. 클래식의 매력은 알지만 입문이 쉽지 않아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저는 어렸을 땐 고전 미술에 관심이 없었는데, 대학에서 예술사를 배우게 되면서 관심이 생겼어요. 아는 만큼 더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니 자연스레 좋아지더라고요. 클래식도 마음에 드는 작곡가 한 명을 선택해 그의 삶에 대한 책을 읽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예를 들어 베토벤은 초기작과 말기에 만들었던 작품 분위기가 굉장히 다르거든요. 그게 베토벤의 굴곡진 삶 때문이기도 해요. 그런 이야기를 알고 들으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새로이 느낄 수 있을 거예요.
Q 팀장님에게서 클래식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요. 좋아하는 걸 일로 한다는 게 좋기도 하지만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전국에 200곳이 넘는 공연장이 있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고속도로 위에서 보내는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있어 한 번은 번아웃이 온 적 있어요. 그때 한 공연장 관계자분께서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 있는 일이 세상에 많지 않다”는 말을 해줬어요. 관객들은 공연 예매날부터 당일날까지 손꼽아 기다리고, 그날 만큼은 더 좋은 옷을 입잖아요. 그리고 그날이 평생 추억이 되기도 하죠. 그 말을 듣고 내가 하는 일이 참 매력적이란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 지치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게 체력을 길러야죠.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점심, 저녁에는 운동을 해요.
Q. 앞으로의 목표가 있을까요?
Creative & Credible Media가 되고자 했던 초심을 기억하며, 모두의 음악세계가 더욱 행복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려 해요. 감동의 무대가 있는 곳에 함께 하는 것, 그게 크레디아의 일이에요.
INTERVIEWEE PICK’S 정다희의 휠라 스타일링
“웨어러블하면서도 어디든 매치하기 좋은 옷으로 골랐습니다. 평소 일상 생활에서는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건 물론, 공연장에서 일할 때 입기에도 무리 없는 스타일이에요. 공연장에서는 연주자가 돋보여야 하기에 스텝들은 보통 어두운 컬러를 입는 편이에요. 상의로 입은 블랙 셔츠는 심플하지만 로고 포인트가 있어 은은하게 개성을 살려주고, 하의는 스커트가 팬츠에 레이어드 되어 있어 활동이 편해 실제 업무할 때 자주 손이 가더라고요. 두 가지가 세트가 아닌데 셋업처럼 자연스럽게 매치되어 더 스타일리시해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