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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ken Umbrella Japan

세찬 비바람에 뒤집힌 우산의 모양새는 어딘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유쾌하다. 재기발랄한 듯 단정하고, 치기 어린 듯 어딘가 진중한 분위기도 엿보인다.
‘브로큰 엄브렐라 재팬 (Broken Umbrella Japan)’이라는 길고도 오묘한 이름을 통해 선보이는 콜라보 작업과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다.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는 김검어, HAO와의 대화는 그들의 브랜드와 묘하게 닮은 구석이 많다.

#1. 뒤집힌 우산

Q. ‘브로큰 엄브렐라 재팬’이라는 네이밍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김검어] 저희가 일본 여행을 갔을 때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길래 편의점에서 우산을 샀거든요.그런데 우산을 펴는 순간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시원하게 뒤집히는 거예요.
5분 넘게 웃으며 영상을 찍다 보니 비는 금방 그쳤고요. 별것 아닌 해프닝이었지만, 어쩐지 순간의 상황 자체가 굉장히 웃기더라고요. 그쯤 저희는 팀으로서 무엇이든 재밌는 걸 같이 해보자는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어요.
이름을 뭘로 해야 할지 고민하다 재밌는 걸 하기로 했으니 이 상황 자체를 브랜드 네임으로 해보자! 그렇게 즉흥적으로 결정한 거죠.


Q. 패션 브랜드라기보다는 두 분이 정말 하고 싶은 걸 원 없이 해보는 그런 실험실 같은 느낌이에요.
[HAO] 브랜드보다는 일종의 커뮤니티나 아카이브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른 패션 브랜드처럼 콜라보 상품을 내는 것도 좋지만 관심 있는 공간과 스타일, 브랜드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공유하는 작업 등을 통해서 저희 색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죠. 상품을 개발할 때도 디렉팅에 가급적 세세하게 관여하고 있고요.
[김검어] 활동 방향성이라면, 그저 저희만의 색이 담긴 창작물이나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걸로 충분해요. 어쩌면 저희 둘이 누군가를 스타일링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할 수도 있고, 혹은 라이브 커머스에 쇼호스트로 출연해 볼 수도 있겠죠. 언젠가는 함께 운영하는 숍을 낼 수도 있고요. 그런 관점에서 브로큰 엄브렐라 재팬을 활동 과정을 기록하는 아카이브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2. 패션, 미디어, 유튜브

Q. 처음 패션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HAO] 어린 시절부터 옷을 좋아해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고요. 지금도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계신 이모 일을 돕다가 저 역시 이 길에 들어섰죠. 이후 업무적으로 느낀 점이나 생각, 그리고 제가 가진 옷과 스타일링 정보 등을 공유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김검어] 반면 저는 패션 관련 활동을 시작한 게 블로그가 처음이었거든요. 원래는 복지학과를 졸업한 다음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든 복지 관련 기관들이 활동을 멈췄어요. 그래서 당장 취업은 어려울 것 같으니 좋아하는 걸 해보자는 좋아하던 패션을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제 취향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커뮤니티 활동이 굉장히 즐겁더라고요. 그래서 소통 채널을 확장해 보면 어떨까란 생각에 유튜브도 시작하게 됐고 지금까지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Q. 두 분의 활동을 이야기할 때 유튜브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어떤 방식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계신가요?
[김검어] 패션을 주제로 유튜브 채널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패션만을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이 되고 싶진 않아요. 그러니까 ‘패션을 좋아하는 김검어라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런 채널을 하고 싶거든요. 관심사에 대해 친구와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는 느낌을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평소 느낌 가는 대로 콘텐츠를 기획하는 편이지만, 적어도 패션 관련 이슈에 대한 저만의 생각을 담아내고자 노력하는 부분은 있고요.
[HAO] 스타일리스트 업무에만 몰두할 때는 아티스트가 입어야 하는 옷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빠르게 마련할 수 있는 옷, 비싼 옷, 멋진 옷을 다루는 게 보통이었죠. 제 스타일 역시 그런 방향을 따라가곤 했고요. 그런데 유튜브를 하면서 시청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 방향을 고민하게 되었고, 개인적으로도 유튜브를 통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Q. 패션을 좋아하는 마니아이자 관련업 종사자로서 본인만의 추구미가 있을까요?
[HAO] 저는 일적인 측면에서나 개인 취향 측면에서 모두 세련된 걸 가장 중시해요. 화려한 걸 좋아하는데 과해지는 건 싫거든요. 굳이 치렁치렁 액세서리를 달지 않아도 충분히 멋을 낼 수 있고, 그런 지점을 저는 세련됨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아요.
[김검어] 저는 고즈넉하다는 표현을 참 좋아합니다. 의미를 풀자면 고요하고 아늑하다는 뜻인데, 어딘가 담백하고 슴슴한 느낌의 스타일을 굉장히 선호해요.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기보다는 옷을 입는 일종의 마음가짐이랄까요? 화려한 옷을 입더라도 그 옷을 입는 사람이 담백한 생각으로 입는다면 담백하게 비춰지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마음가짐으로 옷을 대해보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3. 캐스크 : 숙성

Q. 다시 브로큰 엄브렐라 재팬 이야기로 돌아와보면, ‘캐스크 매거진’이라는 이름으로 패션 콘텐츠 큐레이션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김검어] 지금은 브로큰 엄브렐라 재팬으로 통합해서 콘텐츠를 내고 있고요. 캐스크는 저희가 즐기는 위스키에서 착안한 네이밍이에요. 쉐리, 버번, 어떤 캐스크에서 어떻게 숙성했느냐에 따라 위스키의 캐릭터가 달라지잖아요. 그렇듯 저희만의 취향을 담아내는 일종의 결과물로서 패션 관련 스토리텔링이나 스타일 추천 콘텐츠를 제작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앞으로도 숙성된 패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겠네요.
[HAO] 캐스크 매거진이라는 이름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정보의 큐레이션 과정에서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건 일종의 필터 작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시중에 정보가 과할 정도로 많고 선보이는 아이템이나 브랜드도 정말 많은데, 그럴수록 자기만의 무언가를 찾거나 갖긴 더더욱 힘들어진 세상이니까요. 그럴수록 브로큰 엄브렐라 재팬이라는 필터를 통해 여과된 정보를 전하는 것, 저희 색을 콘텐츠에 묻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걸 저희의 기조로 삼고 있어요.

Q. 블로그, 스타일링, 유튜브, 콜라보 등 꾸준히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두 분의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HAO] 내년에는 개인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의 이름과 캐릭터, 취향을 담은 무언가를 내는 게 일종의 로망이다보니
이제 실행에 옮길 때가 된 것 같아 전력을 다해보고자 합니다.
[김검어] 저는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고요. (웃음) 주변에 멋진 분들과 트러블 없이 꾸준하게 함께하면서, 멋있는 작업물을 만들어내면서, 그렇게 즐겁게 하루하루를 담아가고 싶습니다.


[Broken Umbrella Japan]   https://www.instagram.com/brokenumbrellajapan
[HAO]   https://www.youtube.com/@HOWABOUTOOTD
[김검어]   https://www.youtube.com/@kimblvck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