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몸짓으로 노래하는 일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케이팝(K-pop)이 사랑받는 이유는 노래 때문만이 아니다. 음악을 한층 입체적으로 만드는 퍼포먼스, 그 중심에 무대를 움직이는 ‘춤’이 있다. 이렇듯 케이팝 신을 이끄는 댄서는 어떤 하루를 보낼까?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이름을 알린 ‘프라우드먼’ 멤버이자, 현재는 G-드래곤 월드투어 팀에서 활동 중인 댄서 로지를 만났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춤의 에너지를 전하고 있다.
#1 음악을 넓게 듣는 법
Q. 언제부터 댄서의 길을 꿈꿨나요?
7살 때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 노래와 퍼포먼스에서 느껴지는 강한 에너지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따라 추기 시작했죠. 조금 더 자라서는 케이팝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 YG엔터테인먼트에서 약 3년 간 연습생 생활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춤의 매력에 깊이 빠져 대학에서 춤을 전공했어요.
Q. 춤에서 느낀 매력이 뭐예요?
음악은 목소리 뿐 아니라 움직임으로도 표현할 수 있어요. 같은 노래라도 누가 어떻게 추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처럼 들려요. 하나의 음악이 지닌 다양한 면 중 내가 좋아하는 결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Q. 데뷔는 언제,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대학교 1학년 때 립제이 선생님에게 프라우드먼 입단 제안을 받았어요. 제가 학원에서 수업을 들으며 촬영한 영상을 보고 연락을 주었어요. 팀에 들어가 첫 영상을 제작했고, 그 영상을 엠넷 제작진이 보게 되어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하게 되었어요. 그게 제 첫 공식 활동이었죠.
Q. <스트릿 우먼 파이터>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대중들에게, 댄서 씬에서도 무명이었는데 이름을 알릴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다양한 기회를 얻었어요. 현재는 G-드래곤 월드투어 팀으로 활동하며 국내외 무대에 서는 큰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춤을 대하는 마인드가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연습실 거울 속 ‘나’에게 집중했어요. 지금은 무대를 보고 있는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할지, 어떻게 하면 그들이 이 시간을 더 즐길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2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는 댄서
Q. 하나의 무대를 만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무대에 따라 준비 과정이 다 다른데요. 창작 안무로 공연을 만들 땐, 댄서들이 직접 모든 걸 다 해요. 기획부터 팀 세팅, 음악 선정, 무대 미술, 홍보와 모객까지 전부요. 적합한 음악이 없을 땐 작곡가에게 의뢰도 하고요. 춤 스타일에 맞는 댄서를 섭외하고, 안무 합을 맞추고, 메이크업과 헤어, 의상 콘셉트를 잡아요. 그런 뒤 동대문에서 옷을 사거나 리폼을 하고요. 대관을 할 땐 포스터 디자인도 하죠. A부터 Z까지 모든 과정을 도맡아 하니, 댄서분들이 다재다능할 수밖에 없어요(웃음).
Q.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요?
책이나 영화 같은 콘텐츠에서도 도움을 받지만, 저는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 편이에요. 인간도 자연의 일부고, 인간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도 자연의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바다, 산, 하늘, 꽃, 동물에서도 영향을 받죠. 평소에 여행도 자연이 가까운 곳으로 많이 떠나요. 실제로 동물원에서 플라밍고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무대를 만들기도 했어요.
Q. 지칠 때도 있을 텐데,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몸을 많이 쓰는 직업이다 보니 관리가 정말 중요해요. 춤을 출 땐 근육을 과사용 하는 경우가 많아, 평소에는 비교적 정적이거나 근육을 이완하는 운동을 해요. 재활 운동, 요가, 필라테스, 수영 등 그때그때 컨디션에 맞춰 바꿔가며 하고 있어요. 그리고 하루에 8시간은 꼭 사수하려고 합니다. 잠의 양과 질이 건강에 영향을 많이 주더라고요.
Q. 많은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오히려 그 점이 제가 이 일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얼마나 멋진 일인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는지,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가 제게는 더 중요해요. 좋은 사람들과 값진 경험을 쌓는 게 제 직업 만족도를 결정하더라고요. 그래서 저 역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더 좋은 과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3 귀여운게 좋아
Q. 무대 의상도 직접 만드는 만큼 패션에 관심이 많을 것 같아요.
특정한 스타일을 선호하기 보다는 그날의 감정과 상태에 따라 표현하고 싶은 무드로 스타일링을 해요. 다만 두 가지는 반드시 챙겨요. 첫째는 제 체형을 돋보이게 만드는 핏인지, 둘째는 귀여운 포인트(웃음). 시크, 섹시, 여성스러움 등 다양한 스타일을 입어도 그 안에 귀여운 포인트를 하나씩 얹어요.
Q. 오늘 착장에도 그런 포인트가 있나요?
모자요! 질감이 복슬복슬해서 오늘 착장에 더해주면 굉장히 따뜻하고 귀여워보일 것 같았어요.
INTERVIEWEE PICK’S 로지의 휠라 스타일링
“브라운 컬러 패딩이 눈에 들어와 그걸 중심으로 스타일링했어요. 외투와 톤을 맞춘 운동화를 골랐는데 앞코가 PVC 소재라 살짝 구두 같은 포멀한 무드가 묻어나오는게 마음에 들었어요. 다리를 드러내면 작은 키를 보완할 수 있어, 기본 프릴 원피스를 매치했어요. 브라운 컬러의 포인트가 있는 하늘색 스타킹으로 재미를 더했고요. 그리고 오늘의 귀여운 포인트는 역시 모자입니다(웃음).”